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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 정책달력

[5월 정책] 기초지자체 자율복지 예산 시범 도입 – 진짜 ‘현장 맞춤형’ 가능할까?

by 지남튜터 2025. 5. 29.

    [ 목차 ]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범적으로 도입한 기초지자체 자율복지 예산제가 주목받고 있다.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적 복지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복지수요를 반영한 ‘현장 맞춤형 복지’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과연 이러한 시도가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특히 지역 간 재정 격차와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기초지자체 자율복지 예산 시범 도입 – 진짜 ‘현장 맞춤형’ 가능할까?
기초지자체 자율복지 예산 시범 도입 – 진짜 ‘현장 맞춤형’ 가능할까?

 

주민참여형 복지예산제’의 취지와 첫 시범사업 현황


2024년 말부터 일부 기초지자체에서 시범 운영 중인 자율복지 예산제는, 중앙정부가 일부 재원을 지원하되 사용처에 대해 상당한 재량을 지자체에 부여하는 제도다. 핵심은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사업 기획과 편성, 운영에 있다.

예컨대 전북 고창군은 주민 공론장을 통해 홀몸노인 안부 확인 서비스, 지역 청년 정서지원 프로그램 등을 발굴했고, 경북 의성군은 귀농·귀촌인의 초기 정착을 돕는 맞춤형 주거 지원을 복지 영역으로 포함시켰다. 이처럼 기존 복지 틀에서는 소외되던 수요가 지역의 특수성과 공동체 논의를 통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주민참여는 지역복지협의체, 주민설문조사, 주민예산학교 등의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해당 과정에서 복지에 대한 인식 변화와 공동체 회복의 계기 또한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역복지의 ‘공동생산’이라는 개념이 형식적 주민참여를 넘어 실질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복지 다양성’이 필요한 이유: 전국이 똑같을 필요는 없다


한국의 복지제도는 오랫동안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체계로 운영되어왔다. 그 결과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형평성’이 강조되었지만, 실제 삶의 질이나 체감 만족도는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기초지자체의 자율복지 예산 도입은 ‘지역 맞춤형 복지’ 실현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농촌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은 돌봄과 의료 접근성이 주요 과제가 되고, 도시 외곽은 청년 주거 문제, 이주민과의 공존 문제 등이 부상한다. 이처럼 지역에 따라 필요한 복지는 다르며, 이를 현장에서 기획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율성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주민이 직접 기획·참여하는 과정에서 복지정책에 대한 정책 신뢰도와 수용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단순히 혜택을 받는 수동적 존재에서, 지역 문제 해결의 주체로 주민이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지자체가 복지 기획과 재정 집행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느냐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 복지 다양성은 긍정적 방향이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행정력과 주민역량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다양성과 형평성 사이: 재정 격차 문제는 어떻게 풀까?


가장 큰 쟁점은 지자체 간 재정 격차에 따른 복지 수준의 불균형이다. 기초지자체 중 상당수는 열악한 재정 자립도를 가지고 있어, 자율성을 부여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복지 다양성’이 ‘복지 양극화’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

실제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자체는 복지전문가와 데이터 기반의 정책기획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농어촌 소규모 지자체는 담당 공무원 수 자체가 부족하고, 복지통계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 경우 주민참여 또한 형식화되거나 특정 계층 중심으로 왜곡될 수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예산 분배에 있어 기초지자체의 필요 기반 차등지원, 지역복지 컨설팅 지원단 운영, 복지인력의 지역 순환 배치 등 균형 장치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자율복지 예산제의 중장기 로드맵과 성과지표 마련이 필요하며, 시범지자체의 성과가 전국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


복지는 중앙의 시혜가 아니라, 시민의 권리이다. 그리고 이 권리는 지역 실정에 맞게 구체화되고 구현될 때 비로소 실효성을 가진다. 기초지자체의 자율복지 예산제 도입은 단지 행정 권한 이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시민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구조로의 변화를 상징한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고, 조정해야 할 과제도 많다. 하지만 다양한 복지를 통해 보편적 복지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이는 형평성과 양립 가능한 길일 것이다. 앞으로도 각 지자체의 시도와 성찰, 중앙의 지원이 맞물리며 진짜 ‘현장 맞춤형 복지’가 가능해지기를 기대해본다.